‘피라미드 게임’이 ‘새 얼굴’로 신선함을 주면서, 탄탄한 전개로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뚜렷한 인기물이 없는 가운데 김지연을 비롯해 류다인, 강나언, 장다아, 신슬기 등 신인들로 라인업이 구성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동명의 학원 심리 스릴러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 새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연출 박소연/극본 최수이/크리에이터 이재규)은 매월 투표로 각자 등급이 매겨지고 F등급은 합법적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왕따를 벗어나 게임을 끝낼 저격수가 돼야만 했던 한 여고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2024년 2월 29일 1~4회가 공개된 직후 호평이 이어졌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인 ‘피라미드 게임’은 한 달에 한 번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가 모두 섞여버린 그곳에서 점점 더 폭력에 빠져드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조선변호사’ 등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바 있는 김지연을 제외한 배우들은 작품 경험이 많지 않았다. 류다인, 강나언은 ‘일타스캔들’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신인이었으며, 장다아, 신슬기는 ‘피라미드 게임’이 첫 데뷔작이었던 것. 그러나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솔로지옥2’ 이미지를 지워낸 신슬기는 물론, 장다아는 백하린의 이중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캐릭터와 찰떡”이라는 평을 받았다.
등장인물
백연여자고등학교 2학년 5반 주요인물은 김지연, 류다인, 강나언, 신인 장다아, 신슬기 등 출연진의 호흡이 경쾌하다.
김지연, 장다아, 류다인, 강나언(윗줄 왼쪽부터), 정하담, 신슬기, 하율리 (아랫줄 왼쪽부터) / 각 소속사 제공
배우: 김지연 (아역: 박소을)사회성이 좋고 똑 부러지는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전학을 오자마자 피라미드 게임의 타깃이 되어 심한 따돌림을 당하지만, 그 속에서 반란을 주도한다.
전학생 성수지(김지연 분)가 2학년 5반의 기이한 분위기를 마주하며 미스터리함을 자아내는 한편, 투표로 등급을 나눈 뒤 F등급 친구를 왕따로 만드는 ‘피라미드 게임’의 세계관이 설명됐다. 빠르게 게임으로 진입, 누가 이 게임을 만들고 유지하는지 힌트를 제공하는 한편 성수지가 이 섬뜩한 게임에 어떻게 맞서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내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를 묵인하는 것을 넘어, 교묘하게 이용하는 담임부터 가면을 쓰고 반 친구들을 휘두르는 백하린(장다아 분), 이 게임을 무너뜨리려는 명자은(류다인 분)까지.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활약하며 전개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피라미드 게임’의 장점이었다. 독특한 세계관을 통해 계급,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뚜렷하게 구축해 나가면서 초반부터 이 작품의 장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스스포일러 주의 !
성수지는 명자은, 표지애와 함께 백태그룹과 연관이 없는 D등급 학생들 중 라해준, 양소영, 송재형과 함께 피라미드 게임을 전복시킬 계획을 세운다. 계획은 모두 다 F가 되기 vs 모두 다 C 등급이 되어 피라미드 구조를 무너뜨리기 였으나, 다들 등급상향의 욕구가 있다는 것을 반영하여, 저렇게 6명이서 표 교환을 해서 다 같이 C등급이 된 후 게임 참여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계획이었는데, 투표일 전 날 체육창고에서 계획을 짜다, 김다연 일당에게 발각되고 만다. 라해준이 백하린의 회유, 협박에 못 이겨 전후 맥락을 모두 이야기한 것.
이후, 표지애 쪽도 엉망이다. 표지애는 성수지 명자은과 별도로, 컴퓨터실에 있었는데, 갑자기 컴퓨터가 고장났다고 한다. 컴퓨터의 외장하드가 빠져 있는 상태. 표지애는 지나가다 조유림[* 전에 명자은을 배신한 전력이 있다.]이 급하게 뛰어오는 걸 봤는데, 조유림이 이 짓을 벌였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한 성수지는 표지애를 추궁한다. 조유림이 체육창고에 있었으며, 표지애는 거짓말 할 때 오른쪽 눈을 두 번 깜빡인다는 점을 들어, 표지애가 하는 말이 거짓말인지 물어본다. 이 말을 듣고 표지애는 멘탈이 나가버린다. 사실 방금 두 가지는 거짓말이었으나, 이에 덜덜 떠는 표지애를 보고, 표지애가 범인임을 알아차린다. 백하린의 사주를 받은 고은별에게 표지애가 협박 아닌 협박을 받은 점. 한 때 절친이었던 주승이네 가족은 백태전자에 인수된 이후로 살림이 좋아졌는데, 여기서 표지애가 계속 성수지 편을 들 경우, 주승이네 가족은 풍비박산 나고, 다음 F는 주승이가 된다는 내용입니다.
멘탈이 나간 성수지와 명자은에게, 송재형이 능청스럽게 다가온다. 성수지는 심히 빡친 상태. 그러다 갑자기 송재형이, 성수지가 패배한 이유를 브리핑한다. 체육창고에서 있었던 일련의 대화, 그리고 백하린이 자신에게 제안을 한 것을 종합하여 분석한 것. 패배의 원인은 바로 성수지와 백하린은 너무나 닮았다는 점이다. 둘 다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자신의 편으로 끌어당겼고, 사람들을 잘 다룬다는 점이 있으나, 성수지에겐 없고 백하린에게 있는, 상황을 제어할 권력과 힘이 승패를 가른 것이다. 평면적으로 협박을 한 성수지에 비해, 백하린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편을 들 경우 성수지가 폭로하려는 내용을 덮을 수 있으며, 표도 올려줄 수 있으나, 자신 또한 그 아이의 비밀을 터뜨릴 수 있다고 복합적으로 조건을 제시한 것. 당연히 손실 극소화의 입장에선, 백하린의 말을 듣는 것이 무조건 이득인 것이다.
이러한 얘기를 들은 성수지는 갑자기 차분해지더니, 완전히 납득하고 패배를 인정한다. 이 또한 성수지의 극도로 이성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장면. 당장 베댓만 봐도, 자신이 정말로 싫어하는 누군가와 닮았다하면 기분이 안 좋을텐데, 저기서 바로 납득을 해버리는 성수지에게 놀란 반응이 많다.[* 그러나 냉정하게 살핀다면 여기서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건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성수지 주변에 이렇게 정확한 분석을 한 사람이 있던가? 이 상황에선 기분이 나쁘고 말고를 떠나서, 자신의 전략의 실패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이기에, 성수지처럼 반응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이다. 애초에 그냥 닮았다고 한 마디 던진 것뿐, 인성 수준이 닮았다고 한 것도 아니니 다짜고짜 기분 나쁠 것도 없다.
이 장면은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명자은과 정반대되는, 이성적 사고의 결정체 성수지의 한계가 드러난다. 막상 자신이 약점을 잡아 포섭한 양소영과 라해준은 배신을 하거나 큰 도움이 되지 못 하고, 오히려 단순히 명자은이 마음에 들어서 합류한 송재형이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즉 비용과 편익만으로 설득을 하는 방식의 한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이러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성수지의 성장가능성이 기대된다.
피라미드게임 드라마 해외반응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연출 박소연, 극본 최수이, 크리에이터 이재규)이 영국 BBC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BBC는 “이달 열리는 프랑스 ‘시리즈 마니아’에 초청된 유일한 K콘텐츠인 ‘피라미드 게임’은 새로운 ‘오징어 게임’”이라면서, “두 작품 모두 한국인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엿보인다는 점에서 독특한 유사점을 갖는다”고 조명했다.
영화평론가 니모 킴(Nemo Kim)은 BBC에 “두 작품의 주제는 한국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하다”며 “‘오징어 게임’ 속 빚에 시달리는 참가자들의 상황과 ‘피라미드 게임’ 속 학교폭력 문제 모두 가상의 디스토피아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아픈 현실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사회학자이자 작가 낸시 왕유엔(Nancy Wang Yuen)은 “이용자들이 ‘오징어 게임’과 ‘피라미드 게임’같은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유는 ‘게임’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방식에 있다“면서 ”계급에 따른 차별을 게임에 빗대어 보여줌으로써 전 세계를 관통하는 사회 문제를 더욱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어준다”고 했다.
‘피라미드 게임’은 지난달 유럽 최대 규모 시리즈물 행사인 프랑스 ‘시리즈 마니아’에 공식 초청됐다.
